팀장으로 살기

조력자를 만들어야 팀장이 편하다

쪈의전쟁 2024. 5. 8. 09:28

마치 팀장이 편하기 위해 조력자를 '이용하라' 라는 말로 들릴 수 있을 것 같지만, 
우선적으로 팀장이 안정을 찾아야, 안정적인 팀관리가 가능하고, 직원들도 그 울타리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회사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. 
 
나의 경험을 기록할 겸, 공유해 본다. 

내가 팀장이 될 때, 우리팀에는 나와 한날 한시 함께 입사한 동기가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. 나보다 나이는 2살 어렸지만 정말 찐 동기 였다. 그 동기와 내가 모두 팀장이 될 후보자에 있었던 것 같은데, 내가 팀장이 된 이유를 2년정도 되어 가는 현 시점에 그 원인을 분석해보니, 2가지로 추려볼 수 있겠다.

첫째, 힘든 시기에 내가 회사에 있었다.
동기가 나보다 일찍 결혼을 해서 출산을 먼저 하다보니 1년 3개월 간 휴직기를 가졌다. 근데 이게 원인은 아니고 문제는 그 “시기” 이다. 그 시기가 팀이 정말 힘든 시기여서 3명이 줄퇴사 하는 등의 이벤트가 있었고, 탈출하지 못한 나는 어쩌다보니그 시기를 버티게 되었다. 회계팀인데 ERP 를 변경했고, 사무실 리모델링으로 이사까지 하면서 정신없는 상황이었다.
근데 추후에 나도 결혼을 하고 똑같은 출산 시기를 겪었지만, 내가 운이 나쁜건지 그 시기에 하필 회사가 큰 이벤트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. (내가 없어서 잘 모른다 사실..)
힘든 시기를 버티면 굳은 살이 배기는 것은 맞는 것 같다. 많이 배우게 되고 기회는 사람이 준다고 그때의 팀장이 나에게 팀장직을 추천해 주었다. 

둘째, 사람을 얻었다.
성격 자체가 오지랖이 넓고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해서 나 좋은 건 남도 어떻게 해서는 하게 해주고 싶어 한다. 예를 들어, 근처에 특별금리 상품이 나왔다 그러면 주위에 마구 소개한다. (보통은 혼자 조용히 하더라..) 그 특별금리 상품을 회사 전체에 알려주고 싶어서 창구직원한테 우리회사용으로 리플렛 만들어달라해서 20 명 정도 가입시키고 그 은행직원은 승진했더라. 그 직원은 나중에 나랑 더욱 친해져서 좋은 상품도 추천해주고 환율우대도 100% 해주더라구, 뭐 이건 하나의 이벤트 중 하나일 뿐이고 암튼 좋은 게 있으면 에너지 빼가면서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한다. 
이런 것들이 후배들한테도 비슷하게 적용됐을 거 같다. 업무를 알려줄 땐, 대충이 없었고 최대한 눈높이를 맞춰 쉽고 재밌게 설명해주려고 했다. 인생 선택의 기로에서는 진심으로 조언을 해줬다. 그게 회사를 떠나는 일이었을 지라도.. 
팀장 추천을 받을 때 이런 성격으로 팀을 잘 이끌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으니까, 이런 내 성격도 한 몫하지 않았나싶다.


 
 
위에서 언급했던 한날 한시 입사했던 나의 찐 동기는 어떻게 되었을까? 이게 바로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진짜 이야기이다. 
그 동기를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.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그 동기가 어쩌면 패배감이 있었을지 모르겠다. 만약, 내가 팀장이 되지 못했다면 나는 퇴사했을꺼다. 친했던 동기한테 "팀장님" 부르면서 다니지 못했을꺼니까. 

나는 팀의 2인자로써 그 동기에게 최우대를 해주었다. 워킹맘인 그 친구의 출근시간은 아이 등원을 하고 올 수 있도록 9시 반으로 조정해주었고, 6시 반까지 일을 한다고는 했지만 6시 이후 나도 퇴근했기 때문에 퇴근 시간을 따로 체크하지는 않았다. 주어진 업무가 잘 처리되는지만 체크하면 되었다. 

최고의 평가를 눈 딱 감고 줘버렸다. 내가 팀장이라 네가 이런것들을 누리는 것이다라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. 내가 팀장을 그만둘것을 내 상사보다 더 걱정하게 만들었다. 그러다 보니 정말 최고의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일을 해주었다. 같은 팀원이었을 땐 나름 경쟁도 했고, 실수가 가끔 있을 때면 답답했었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.

어느날 나에게,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하면서,
"언니가 갑자기 퇴사한다고 해서 엉엉 울다 잠이 깼고, 깼는데도 눈물이 눈에 고여있었다"고 말해주었다.
아, 내 전략이 잘 통했구나.. (둘이 있을 때는 언니라고 부른다.)

물론 답답하고 얄밉고 미울때도 있다. 그때도 나는 되도록 눈을 딱 감아준다. 본인이 실수하게 되면 더 스트레스 받고 있으니까. 여러번 반복되거나 내 윗선까지 알려질 실수라면 확실하게 피드백을 해주려고는 한다.

내가 일주일 휴가를 썼다. 그 동기 덕분에 편히 쉬고 있다. 무슨 일 없냐 전화하면 없다고 제발 전화하지 말라고 한다.

조력자를 만들었더니 좀 편해진다. 지금은 팀 내의 3인자도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. 그리고 2인자에게도 조력자를 만들어 놓으라고 조언해준다. 그것도 어찌보면 중간관리자로써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성장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. 
 
팀을 이끌어 보니,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많이 깨닫는다.
진부하고 지루한 표현이지만, 정말 배움과 성장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.